99 여성 미술제 : 팥쥐들의 행진

역사속의 팥쥐와 21세기 팥쥐가 한자리에

작년 가을 극장가를 떠들석하게 했던 영화 ‘처녀들의 저녁식사’는 배우들의 거침없는 성담론과 정사 장면으로 유명하다. 하지만 이 영화가 관객들로 하여금 큰 반향을 일으켰던 것은 기존의 남성의 시각에서 다룬 에로티즘 영화와 달리 여성의 입장에서 여성이 말하는 성과 섹슈얼리티를 표현했기 때문이다. 여성의, 여성을 위한, 여성의 의한 또 하나의 저녁식사가 예술의 전당에서 차려진다. 바로 오는 27일까지 개최되는 여성 미술제가 그것.
페미니스트 예술단체인 여성문화예술기획이 문화관광부와 문화예술진흥원의 후원을 얻어 예술의 전당 미술관에서 여는 이번 미술제는 ‘팥쥐들의 행진’이란 제목으로 기획되었다.
개최 취지에 대해 윤석남 미술제 운영위원장은 “한국 여성미술의 지나온 발자취를 살펴보고 앞으로의 향방을 가늠해 보는 회고적이면서도 미래지향적인 미술제이다”라고 강조한다. 특히 가부장적 질서 속에서 팥쥐로 비춰지는 여성 작가들의 현실을 풍자적으로 은유하기 위해 ‘팥쥐’라는 부제가 붙여졌다고 한다.
이번 미술제는 1부 역사전 ‘역사속의 팥쥐’와 2부 주제전 ‘21세기 팥쥐’로 구성되어 있다.
한국 여성미술의 역사를 더듬어 보는 역사전은 지상전과 회고전으로 나뉘는데 지상전에서는 조선시대와 근대 1920∼1950년 대의 여성화단을 소개하며 여성미술의 태동과 발전과정을 살펴본다. 이어 회고전에서는 여성으로서 미술가의 길을 꾸준히 걸어갔던 여성 화가들의 회고를 통해 여성미술의 모더니즘과 현실을 소개하고 있다. 2부 주제전은 현단계 페미니즘 미술을 점검하고 앞으로의 방향을 예고하는 작업을 조명한다. 작품들은 ‘여성의 감수성, 여성과 생태, 섹스와 젠더, 제식과 놀이, 집 속 미디어’ 등 5개 주제로 전시되며 큐레이터들이 작품의 이해를 돕는다. 주제전의 큐레이터를 맡고 있는 임정희 전시기획위원은 “조선시대 여류화가들의 질곡과 90년대 페미니스트 화단의 움직임을 비교해서 본다면 좋은 관람이 될 것 같다”고 감상 포인트를 설명한다. 페미니즘 미술의 전개와 함께 한국 여성미술의 새로운 장이 펼쳐지고 있는 현 시점에서 여성 미술의 역사를 뒤돌아보고 현황을 점검하는 이번 미술제가 페미니즘이라는 화두 속에 단지 여성과 미술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사회와 문화를 아우르는 움직임의 시발이 되길 기대한다.  
<손하수 기자> 저작권자 © 중대신문 



<99 여성 미술제 : 팥쥐들의 행진> 열려… 페미니즘 관련 작품 총망라


成宇濟 기자
이땅 사람들이 ‘페미니즘’이라는 용어에 주목한 이후, 그것은 장르를 불문하고 여성 작가들에게 작품으로 풀어내야 하는 공통의 화두로 떠올랐다. 남성적 시각이 지배하는 사회문화적 지형에서 여성적 시각을 갖는다는 것이 자기 정체성 찾기와 다름없기 때문이다. 개별 차원에서 진행되던 그 작업들은 90년대 들어 하나의 지류를 형성했고, 90년대 말에 이르러서는 새로운 세기의 문화적 대안으로까지 부각되고 있다.
<99>(9월4~27일·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은 여성 미술의 역사와 현재를 들여다보고, 미래의 모습을 예감하는 대규모 전시회이다. 여성으로서 예술 행위 자체가 쉽게 용인되지 않았던 조선 시대에서부터 여성 미술이 태동한 근대, 모더니즘이 풍미한 60년대 이후, 그리고 페미니즘에 눈을 뜨기 시작한 80년대에서 오늘에 이르기까지 여성주의와 관련한 작품을 총망라했다.
이 전시회에서 주목할 점은 ‘팥쥐들의 행진’이라는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견고한 남성주의·가부장 질서에서 ‘팥쥐’로 비친 여성 작가들이 지녀온 주체 의식이다. 페미니즘을 의식했든 그렇지 않았든, 여성 작가들은 예나 지금이나 여성 고유의 시각과 정체성을 고스란히 예술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김홍희 전시기획위원장은 페미니즘 미술을 ‘일시적 유행이나 사조가 아니라, 여성과 여성 미술이 타자로 각인되는 성차별 문화에 대한 인식론적 비판이다’라고 정의한다. 실존 의식을 갖고 정체성을 문제삼는 여성 작가라면 누구든 페미니즘에 공감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는 얘기이다.
전시는 ‘역사 속의 팥쥐전’(역사전)과 ‘21세기 팥쥐전’(주제전) 두 부문으로 나뉘어 진행된다. 역사전에서는 ‘조선 시대와 근대’ ‘여성 미술과 모더니즘’ ‘여성 미술과 현실’이 집중 조명되고, 주제전에서는 ‘여성의 감수성’ ‘여성과 생태’ ‘섹스와 젠더’ ‘제식과 놀이’ ‘집 속의 미디어’를 주제로 한 작품이 나온다. 역사전에서는 페미니즘의 시각으로 옛 작품들을 새롭게 들여다볼 수 있으며, 주제전에서는 지금·여기에서 보이는 여성 미술의 다양성과 차이를 한눈에 확인할 수 있다.
역사전에는 도록 또는 작품을 통해 신사임당에서 박래현·천경자를 거쳐 80년대 미술운동의 성과가 나와 있고, 주제전에는 김수자 양주혜 안성금 이불 이윰 등 중견·신인 들이 함께 참여했다. 전시 기간에 여성영화제 같은 딸린 행사가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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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p. 1999
Seou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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